- Overview
-
시인이 살아온 시간과 기억들을 각각 나무 한 그루씩에 비유한다.
- Book Intro
-
아침달 시집 시리즈 1번. 쓸쓸한 내면의 풍경을 써 내려가는 유희경의 두 번째 시집. 시인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기억들을 각각 한 그루 나무에 빗댄다. 시인의 나이만큼 나무들이 자라서 숲을 이룬다는 기획을 바탕으로 하는 시집이다.
시인은 시 서른아홉 편에 자신이 살아온 서른아홉 해의 의미를 담는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숲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각기 다른 나무들이 각자의 자리에 놓인 것처럼 시인은 자신의 생 곳곳에 시를 세워 시적 이정을 삼는다. 종(種)도, 크기도, 의미와 목적도 다른 시적 장면들로 한 권의 시집을 자신이라는 ‘숲’으로 만드는 것이다. 숲에는 거리가 있다. 나무와 나무의 거리가 숲을 만들고, 나무와 나의 거리가 숲을 만든다. 시인은 자신이 지나온 과거를 떠올리고, 그러나 그 기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오히려 되묻는다. 그순간 수평을 향하여 번져나가던 시간이 수직으로 멈춰서 시로 태어난다.
한편, 각각의 시들은 하나의 나이테를 의미하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집 한 권은 서른여덟 개의 나이테를 두른 제법 튼튼한 한 그루 나무가 되기도 한다. 시인은 나무처럼 자라나고 있는 자신의 “어떤 시간”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음을 고백한다. 어느 순간 그 부분에 감정이 머물러 옹이 같은 깊은 흔적이 남을 테지만, 그 거리는 지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만나 스스로 나무가 되어버린 “나”는 당신을 안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나”와 “당신” 사이의 거리. 이때 시는 태어난다. 그토록 열망하는 “당신”을 ‘나’로 편입시켜 더 이상 열망하지 않게 되기 전에, 거리를 만들어 영겁의 시간을 열망하겠다는 시적 의지는 이번 시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거리는 전작에서는 볼 수 없던 시적 태도이며, 전작으로부터 태어난 유희경의 새로운 시이기도 하다
- About the Author
-
유희경
유희경은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작란’ 동인이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공동 희곡집 『당신이 잃어버린 것』 등을 펴냈다.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