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Gu's Proof

Gu and Dam, the main characters of this novel, are a couple probably brought together by destiny. But they seem to have strayed apart. Just like a circular letter, they rotate along a circle, while being tied to each other forever. Though they sometimes move at different speeds affected by unexpected events that shatter their world, they are destined to come across each other as the two dots on the curve of life move along the same orbit. Some may say that this kind of relationship is brutal, or some may say that it is perfect love. Yet unfortunately, a tragedy suddenly befalls them: the death of a lover, the undeniable end of life. Gu’s Proof begins with this tragedy. Dam finds her lover Gu’s body and acknowledges that the flame of their love is extinguished.

She speaks to him who is lying dead on the streets, and her voice is filled with loneliness that only those stricken with grief can have. Her eyes lose focus and seem to gaze at the landscape of unreality, not reality. But in the meantime, she eats. She starts to nibble the flesh of the dead body.

Though the novel is a present-tense account, time seems to stop upon the death of Gu, and the narration of Dam’s monologue all comes from memories that she shared with Gu. Then the story slowly goes back to the past when they were together. Eating the lover’s body, Dam stays in the past. For her, eating him would mean eating the time of his life, swallowing their past whole. It would mean a ritual. It would mean courtesy the living extend to the dead. Dam holds a ritual for Gu by eating his body. Tragedy is not something one can prevent. Tragedy is something that has its roots in the essence. And that is why Dam has no other option but to believe in the meaning of the ritual that she’s been performing. She swallows Gu’s body to keep him within her body. To make him alive within her body.

(Japanese) グーの証明

チェ・ジンヨン小説『グーの証明』は、恋人の突然の死の後に経験する喪失と哀悼の過程を通じて、人生の意味あるいは死の意味を問い直す小説である。

小説の二人の主人公「グ(男)」と「ダン(女)」は、回文のように永遠に一緒になって円の周りを循環するしかない関係である。悲しいことに、小説は愛する人の死体を発見するという悲劇から始まる。死んでいるグーの隣に座って語りかけるダムの低い声、焦点のない視線には、悲嘆に暮れる者だけの空虚な孤独が漂っている。そうして彼女は死んだグーを少しずつ食べ始める。しかし、作品は食べるという結果ではなく、なぜ食べるしかないのか、という原因に注目している。

운명이라 말할 수도 있겠고, 대수롭지 않게 연인이라고 잘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두 주인공 ‘구(남자)’와 ‘담(여자)’은 그 낱말의 범위에서 조금은 이탈해 보인다. 그들은 회문처럼 영원히 같이 붙어 원의 둘레를 순환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다. 타인이 만들어낸 우연과 엇갈림 등속을 겪지만 삶의 곡선 위에 놓인 두 개의 점은 궤도가 같기에 그들의 운명 또한 같을 수밖에 없어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 누구는 그런 관계를 지독하다 할지 모르고 또 누구는 완전한 사랑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비극은 이럴 때에 급작스럽게 그들 위에 놓인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거부될 수 없는 삶의 끝. 소설은 그런 비극 위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꺼져버린 사랑을 재확인하면서.
길바닥에 죽어 있는 구의 옆에 앉아 말을 건네는 담의 낮은 목소리에는 비통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텅 빈 고독이 스며 있다. 초점을 잃은 시선은 현실이 아닌 비현실의 풍경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먹는다. 죽은 자의 신체의 일부를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소설은 현재를 말하고 있으나 이미 연인의 죽음으로 시간은 정지되었고, 화자인 그녀가 독백하는 모든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한 지난 시간이 지금의 그녀 머릿속의 전부다. 소설은 천천히 그와 그녀의 과거로 돌아간다. 먹으면서 과거 속에 머문다. 그를 먹는 것은 그의 시간을 먹는 것이고 그들의 과거를 통째로 삼키는 일일 것이다. 제의. 죽은 자에게 남아 있는 자들이 할 수 있는 예의. 그녀는 그를 먹음으로써 제의한다. 비극이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비극 그것은 어떤 본질에 가 닿아 있는 무엇이다. 그럼으로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이 제의를 믿을 수밖에 없다. 고로 완전히 자신의 몸속에 그를 씹어 넘긴다. 그래야만 그는 죽지 않고 그녀 안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