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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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사회의 풍경에 침투한 악신이 우주적 공포를 자아낸다!
- Book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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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골 마을 우모리. 이 마을은 일제강점기 드란댁이라는 기이한 노파가 만든 이상적이고도 비밀스러운 공동체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난 사람 없이 모두들 드란댁의 도움으로 고향을 떠나 우모리에 정착한 이주민으로, 사연 없는 사람은 없으나 옛날 얘기 하는 사람도 없다. 마을 땅이 모두 드란댁의 것인데 이 땅을 부쳐 먹고 살아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한 공동체처럼 보였던 우모리. 그런데 어느 해, 하늘이 열린 듯 한 달에 걸쳐 폭우가 쏟아지던 여름,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온 마을을 뒤흔든 거대한 충돌이 일어난 후부터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이 익사한 채로 발견되고, 마을 우물에 두려운 빛들이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드란댁은 형형색색으로 기괴하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결심한다. 그리고 실행에 앞서 주인공 소녀 마리를 불러다 놓고 자신의 먼 과거를 읊어주는데….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적 공포와 지상의 공포가 대립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이 소설은 공포문학의 계보를 뒤섞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과 전쟁을 통과하는 근대 한국사회의 한 풍경에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이국의 두 초월적 존재가 침입한다. 그중 지상의 초월적 존재 드란댁은 흥미롭게도 인간들과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그가 ‘농경형 뱀파이어’이기 때문이다. 텃밭처럼 인간을 길러 먹는 뱀파이어라니! 드란댁은 말 그대로 고혈을 빠는 지도자이지만 사람이 죽을 만큼 피를 빨지는 않고, 자신의 인간들이 잘살 수 있도록 충실히 돕는다. 뱀파이어가 만든 이 기묘한 공동체 속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는 외부의 적이 침입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그들은 계급에 상관없이 자신을 희생해 적에 맞선다. 표면적으로는 두 공포물의 결합이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대목들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람들 사이의 믿음이 온전히 남아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단면들이다.
- About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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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아
1971년에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부터 소설을 발표했다. 장편소설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을 비롯해 소설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 연구 부분 인용』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테러리스트』 『책』 『엘리베이터』 등을 펴냈고 『성, 스러운 그녀』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등의 엔솔로지에 참여했다.
옮긴 책으로는 『오솔길 끝 바다』, 샬레인 해리스의 『죽은 자 클럽』, 『죽어 버린 기억』, 앤지 세이지의 『셉티무스 힙』, 스콧 웨스터펠드의 『프리티』와 『어글리』, 스타니스와프 렘의 『사이버리아드』, 프리츠 라이버의 『아내가 마법을 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카리브해의 미스터리』, 재스퍼 포드의 『제인 에어 납치 사건』과 『카르데니오 납치사건』, 그레고리 키스의 『철학자의 돌』 『로지 프로젝트』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