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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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있으나 그것을 둘 곳 없는 존재들이 외계의 빛과 소리의 환영을 따라 사람이 될 기회를 노린다!
- Book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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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앞둔 지하철역. 역에 온지 오래되지 않은 신참 노숙인 김영준은 여학생에게 집적거리는 남자 둘에게 대항했다가 처참하게 두들겨 맞는다. 다음 날 간절하게 드는 집 생각을 어렵사리 떨친 그의 앞에 ‘강 선생’이 나타나는데, 노숙인 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밝고 매사에 긍정적인 그는 어찌된 일인지 홀리듯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얻어낼 줄 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서도 두둑이 현금을 받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며‘강 선생’은 영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요령을 알려줄 테니 매일 밤 강 둔치의 공원으로 나오라는 것. 그날 오후, 영준은 강 선생에게서 받은 두툼한 돈 봉투를 품에 넣고 PC방 한 구석에 앉아 밤을 기다린다. 새벽 추위 때문에도, 시선을 둘 곳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쳐 있던 그에게 슬며시 꿈인 듯 환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득한 우주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기묘한 불협화음들. 어둠과 색깔의 바다가 출렁이며 그에게 한 가지 확신에 찬 생각이 흘러든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 그날의 약속과 관계된 일일까? 그러나 약속된 시간, 영준은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맞이한다.
몸은 있으나 그걸 둘 곳 없어 투명인간이 된 사람들이 자리한 곳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한 노숙인의 죽음과 그 죽음의 실체를 밝히려 고군분투하는 또 다른 노숙인. 김영준은 차별과 혐오의 시선 속에서 움츠린 삶이 익숙하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일에는 망설이지 않는다. 경찰조차도 불가능한 수사라는 핑계로 사건을 덮으려 하지만 그는 목숨을 건 추격을 멈추지 않는다. 그를 돕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나, 어느 순간 김영준은 자신을 돕는 미지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다.
이렇게 작가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관에 자리 잡은 차별과 혐오에 집중하며 오히려 이를 전복한다. 아득한 우주의 심연으로부터 주인공을 옭아매는 미지의 존재는 공포를 일으키는 혐오가 아니라, 연대의 가능성을 탐지하는 희망의 빛이다. 소설에서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공권력을 가진 이들의 기만, 보통 사람들의 시선이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관에서 출발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초월적 존재를 통해 희망을 말하는 소설.
- About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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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SF와 판타지를 주로 쓴다. 도서출판 초여명의 편집장을 맡으며 여러 TRPG 작품을 집필하고 번역했다. 2016년 첫 소설 《메르시아의 별》을 낸 후 〈메르시아의 마법사〉 〈올빼미의 화원〉 등을 발표했고 〈라만차의 기사〉로 2018년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 『메르시아의 별』, 『별들의 노래』 등을 썼다. (2021. 구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