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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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인 한국인 여성과 성소수자인 일본인 남성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이야기이다.
- Book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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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는 사랑이라 불리는 관계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다정한 연인은 지속적으로 한주를 폭행하고, 그녀는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으며 자책한다. 심각한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한주는 그 후유증으로 ‘외국어증후군’을 얻고 모국어를 잃어버린다. 이제 그녀가 말할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일본어뿐이다. 그녀는 다시 한국어를 배운다면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말들, ‘아니오. 싫습니다’처럼 거절의 말들을 단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도쿄로 간다. 한국문학을 공부하던 그녀에게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으므로.
그러나 한주에게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은 계속 찾아온다. 특히 낯선 이로부터 호의를 받거나, 친밀한 감정이 오히려 불안해질 때 그녀는 과거에 멈춘 듯하다. 하지만 그녀는 익숙한 불행 쪽으로 자꾸 기울어지는 마음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옮겨놓으려 애쓴다. 그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가 있다. 함께 서점에서 근무하던 동료 유키노다.
유키노는 사람들에게 오타루 출신이라는 소개와 함께 눈이 내리기 전 눈의 요정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 대부분은 아름다운 눈 이야기에 감탄하며 그에게 호감을 보인다. 하지만 유키노는 눈도, 그런 반응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고 그 안에 섞여들기 위한 나름의 방식일 뿐이다. 그런데 그에게 처음으로 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와는 나이, 성별, 성 정체성, 국적 등 많은 면에서 다른 한주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유키노는 한국인인 한주가 어째서 한국어를 전혀 할 수 없게 되었는지 알게 되고, 한주는 유키노의 동성 연인 한수를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사랑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임을 알아본다. 늘 감춰왔던 상처를 보여주면서, 싫어하는 것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대신에 의식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함께 찾아보면서 두 사람의 시간은 다시 흘러간다. 어느 날 갑자기 유키노가 실종되기 전까지는.
- About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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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현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는 작가의 첫번째 책이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문단과 독자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 Recomme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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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나오키(무사시대 교수), 2019, 읽는 동안 이양지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유희」를 생각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도 속할 수 없는 재일한국인의 방황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한정현은 언어, 국가보다 상처를 통한 정체성 탐구에 집중한다. 모국어를 잃은 한주는 도쿄로 와 삶을 이어가고, 유키노와 마음 깊이 연결된다. 이는 두 소설 사이에 놓인 삼십 년이라는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을 향한 시선의 근본적 다름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을 지금의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다
김화진(문학 편집자), 2019, 눈송이로 이루어진 거대한 슬픔의 집. 그게 이 소설의 첫인상이었다. 상처받은 이들은 서로 알아본다. 사소하고 중요한 말을 건네고 그것이 쌓여 용기가 된다. 얼었던 혀가 녹고 목소리가 트여, 마침내 삶의 주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를 가능케 한 다정한 단어를 적어본다. 소금사탕, 도토루 카페, 끄트머리, 눈의 요정. 그러니까 마지막 인상은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이다. 슬픔을 녹이고 지어진 목소리의 왕국, 이라고.
- Se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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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분기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