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terary essay of musings that resembles the writing style on social media platforms such as Twitter and Instagram. An essay of short, staggered texts that are open and each fully functional by themselves. At the same time, they are texts that are easy to be widely shared. The author of A Recluse Machine has chosen such a writing style intentionally.

The recluse that the author refers to is not a detached and snobbish escapist or someone seeking refuge from the world. It refers to everyday practices such as “social distancing” that are taking place these days or a “securing of mental distance.” In fact, we have already started seclusion without realizing it. As Deleuze said, humans are machines that cut food, machines that speak and stop, and machines that breathe and stop; we are also “recluse machines.” A machine that secludes itself to break away from overheated capitalism, to avoid the excessive gazes of people, and to avoid a dangerous virus. Now we need seclusion, not sociability.

Western social theory has grasped society from the point of view of “actors” who always act positively and calculate rationally. It models the active male. What does not act is ignored or not given existence. But in society, there are those who are acted upon as well as those who act. Recluse machines are very similar to the former. They just endure many things in the world. In seclusion, in a place where participation in the world is discouraged, they disperse like refugees, flee, and stubbornly remain. At the same time, they love life.

This book can be opened and read from any page. Each “part” is more intense than the “whole.” An assemblage of thoughts. This book itself can be said to be a form of seclusion that Kim Hongjung speaks of. Work, think, walk, read, write, endure, resist, communicate, and create – and do all these things in seclusion! A new world we have not previously been aware of may be approaching in this way.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의 글쓰기 방식과 묘하게 닮은 문학적 단상. 짧고 끊김이 많은 글,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서 충분히 기능하며 활짝 열려 있는 글. 동시에 널리 퍼지기 쉬운 글. 『은둔기계』는 부러 그런 방식을 택했다.

저자가 말하는 은둔은 초연하고 귀족적인 탈속이나 세계도피가 아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나 ‘정신적 간격의 확보’와 같은 일상적인 실천을 가리킨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은둔을 시작했다. 인간은 음식물을 절단하는 기계, 언어를 구사하고 멈추는 기계, 숨을 쉬고 끊는 기계라는 들뢰즈의 말처럼, 우리는 ‘은둔기계’이기도 하다. 과열된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나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은둔하는 기계. 지금 우리에게는 사교가 아닌 은둔이 필요하다.

서구 사회이론은 언제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행위자’의 관점에서 사회를 파악해왔다. 그것은 활동적 남성을 모델로 한다. 행위하지 않는 것은 무시되거나, 존재를 부여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에는 하는 자들뿐 아니라 겪는 자들도 존재한다. 은둔기계는 이들과 썩 닮아 있다. 그들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그저 감내한다. 은둔 속에서, 세상에의 참여가 좌절된 자리에서, 유민처럼 흩어져, 도주하며, 완강하게 잔존한다. 동시에 그들은 삶을 사랑한다. 

이 책은 아무 쪽이나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전체’가 아닌 ‘파편’이 더욱 강렬한 책이다. 생각의 아상블라주. 이 책은 그 자체로 김홍중이 말하는 은둔의 한 형태라고 할 만하다. 은둔 속에서 노동하고, 생각하고, 산책하고, 읽고, 쓰고, 견디고, 저항하고, 소통하고 창조하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는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