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summer of 2002, nineteen-year-old Hae-eon was found dead in the park. Seventeen years passed without the culprit being caught. The novel begins with Da-eon imagining a detective interrogating Han Man-woo, who was a suspect at the time. There was one more suspect: Shin Jung-joon, the driver of the car Hae-eon was in the last time she was seen. But Shin Jung-joon had a clear alibi. As such, the case remains open, but the lives of those involved in the tragedy are changed completely. Kwon Yeosun's fourth novel Lemon, which begins with a murder case, is a clear departure from the novels she has written to date. This fascinating mystery narrative has remarkable attraction, instantly pulling the reader into the middle of the story and bringing all the pleasures of the genre.

Hae-eon's little sister Da-eon, the central narrator of the book, was a "child who laughed like a bell on a bike rolling down a hill, ding ding ding ding." But after the incident, her face becomes expressionless, a "mixture of strange images." Eight years later, she decides to visit Han Man-woo, the main suspect in the case. In 2016, when this book was released, the literary critic Jung Hong-soo said, "The depth of the scene where Kim Da-eon enters the house of Han Man-woo is greater than I have ever felt in any other novel before." All the scenes in Han Man-woo's house show what the novel originally meant to say, in a sad and heavy way. Beginning with the murder of a high school girl, the story leads to the question of the existence of God and the meaning of death and life. This flow demonstrates the depth of storytelling that only Kwon Yeosun can achieve.

At the heart of all these events is "the color yellow," represented by the word lemon. The word appeared in a poem written by Sanghee, who Da-eon followed more than her sister. It reminds us of the warm yellow color of the fried eggs that Da-eon ate at Han Man-woo's house. It is the color of the dress worn by her sister Hae-eon. The yellow color of the lemon, which symbolizes the good times that will never come again, leads Da-eon to decide to get revenge. Here is hidden the astonishing twist of the novel.

2002년 여름, 열아홉살이던 해언이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17년의 세월이 흐른다. 당시 사건의 용의자였던 한만우를 형사가 취조하는 모습을 다언이 상상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용의자는 한명 더 있었다. 해언이 마지막으로 목격됐을 당시 타고 있던 자동차의 운전자 신정준. 하지만 신정준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렇게 사건은 미제로 남지만 그 비극에 얽힌 사람들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진다.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권여선의 네번째 장편소설 『레몬』은 지금까지 권여선이 보여주었던 소설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이 매력적인 미스터리 서사는 읽는 이를 이야기 한가운데로 순식간에 끌어당기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주며 장르적 쾌감마저 안겨준다. 

이 작품의 중심화자인 해언의 동생 다언은 “언덕길을 굴러 내려가는 자전거의 종처럼 당당당당 웃던 아이”였지만 사건 이후 “이상한 이미지들이 마구잡이로 혼합되어 있는” 무표정한 얼굴로 변모한다. 그리고 8년이 지난 뒤에야 사건의 주요 용의자였던 한만우를 찾아가겠다는 결심이 선다. 이 작품이 발표된 2016년 문학평론가 정홍수가 “김다언이 한만우 집에 들어서는 장면과 같은 깊이를, 다른 소설에서 느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뛰어났다”라고 평한 바 있을 정도로 한만우의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장면은 이 소설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애잔하고도 묵직하게 보여준다.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종내에 신의 존재, 그리고 죽음과 삶의 의미를 묻는 대목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이 흐름은 권여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설적 깊이를 증명해낸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레몬’으로 대표되는 “노란빛”이 있다. 레몬은 화자 다언이 친언니보다 따랐던 선배 상희가 썼던 시에 등장하는 단어이면서, 다언이 한만우 집에서 함께 먹었던 따뜻한 계란프라이의 애틋한 노란빛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이다. 동시에 그 노란빛은 언니 해언이 죽기 직전 입고 있었던 원피스의 색깔이기도 하다. 다시 오지 않을 좋았던 시절을 상징하는 레몬의 노란빛은 다언으로 하여금 비틀린 자력 구제로서의 복수를 결심하게 만드는데 여기에 이 소설의 반전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