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vel is told by the narrator, "I," not by Loh Kiwan. "I" is a writer of a broadcast program sponsored by real-time ARS, which documents the stories of the disadvantaged. "I" establish a deep human relationship with high school student "Yoon-joo," one of the cast members of this program. To boost support for Yoon-joo, who is struggling to live after losing her parents, living in the semi-basement flat with big lump on her cheek, 'I' postpone the airing date of Yoon-joo's story until the Chuseok holiday. However, her decision was wrong. The lump turns into a malignant tumor because the date of surgery was delayed. Because of her sympathy, Yoon-joo's hope has now fallen into the deepest despair, and with a great guilt, 'I' turn her back on both Yoon-joo and PD "J," with whom she has started developing a relationship. No longer able to face reality, "I" travel to Belgium after reading the story of North Korean defector Loh Kiwan in a news magazine. There, "I" find a diary wherein Loh, who has now left Belgium, has recorded his tracks over the past three years. "I" traces his steps, one by one, searching for meaning in that life lost by writing about Loh Kiwan, or perhaps trying to find out what it really means to write. Consequently, this novel is an elaborate record of Loh Kiwan's "March of Suffering," as well as the process of "I," who agonize over her life as a writer. "I" running away from reality after causing great despair to others, Loh Kiwan at the crossroads of survival without any protection, and Yoon-ju's endless suffering at such a young age... Through the sad stories that people of different ages, occupations and environments have in common, the writer shows how difficult and dangerous it is to live humanly in this world.

소설은 로기완이 아닌 화자 ‘나’를 통해 서술된다. ‘나’는 불우한 이웃들의 사연을 다큐로 만들어 실시간 ARS를 통해 후원을 받는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이다. 그녀는 이 프로의 출연자 중 한 명인 여고생 ‘윤주’와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는다. 부모를 여의고 반지하방에서 뺨에 커다란 혹을 단 채 힘겹게 살아가는 윤주의 후원금을 늘리기 위해 ‘나’는 윤주의 사연이 방송될 날짜를 추석연휴로 미룬다. 그러나 이 호의어린 결정은 뜻하지 않게 수술 날짜가 미뤄진 사이에 혹이 악성 종양으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신의 연민으로 희망을 품게 된 윤주가 오히려 더욱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사실에 ‘나’는 너무나 큰 죄책감이 든 나머지 그길로 윤주에게서, 그리고 서로 조금씩 애틋한 감정을 키워가던 PD ‘재이’에게서 등을 돌린다. 현실과 마주할 용기를 잃어버린 ‘나’는 우연히 읽게 된 시사잡지에서 탈북자 로기완의 이야기를 접하고 무작정 벨기에로 떠난다. 그곳에서 ‘나’는, 이제는 벨기에를 떠난 로가 지난 3년간 자신의 행적을 기록한 일기를 구해 그의 자취를 하나하나 되밟아나간다. 로기완에 대한 글을 씀으로써 잃어버린 삶에의 이유를 찾기 위해, 혹은 글을 쓰는 것이 진정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다시 모색하기 위해. 요컨대 이 소설은 로기완의 ‘고난의 행군’에 대한 절절한 기록인 동시에 작가로서의 삶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나’의 구도의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절망을 안기고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나', 어떠한 보호와 책임으로부터 배제된 채 생존의 기로에 선 '로기완', 어린 나이에 끝없이 상처를 입어야 했던 '윤주'….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 환경을 가진 이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슬픈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이 세계에서 하나의 어엿한 주체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태로운 일인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