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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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사태로 살처분된 돼지들의 이야기로, 다른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 Book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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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겨울 한국의 ‘구제역사태’는 돼지 약 332만 마리, 소 약 15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 347만 목숨들은 대부분 산 채로 구덩이 속에 파묻혔다. 그것은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비극이었다. 더욱이 제 손으로 그 일을 처리한 사람들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공포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 끔찍한 일은 도대체 왜 일어났으며, 그때 그 짐승들은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죽어 갔을까?
책장을 열면 ‘평범한’ 축사가 보인다. 그 안에 칸칸이 나뉜 분만사, 거기 갓 새끼를 낳은 어미 돼지가 아기 돼지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다. 그러나 몸을 옥죄는 분만 틀에 갇힌 어미는 새끼들을 핥아 줄 수도, 안아 줄 수도 없다.
그나마 3주 뒤 어미는 새끼들과 헤어져 좁디좁은 사육 틀로 돌아간다. 그리고 얼마 뒤 방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쳐 몽둥이와 전기 막대로 돼지들을 어디론가 몰아간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그 외출의 끝은 커다란 구덩이, 돼지들은 굴삭기에 떠밀려 산 채로 파묻히는데, 절박한 가운데도 어미는 헤어진 새끼들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이렇게 그림이 어미 돼지의 마음결을 따라가는 동안, 글은 이 아픈 일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당연한 풍경 같은 그 축사 안에서 돼지들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길러지는지,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말할 뿐이지만, 책장을 덮으며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왜 이처럼 편치 않은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가?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책은 시원한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들려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도 동물이고, 그러므로 다른 생명을 먹어야 살 수 있으며, 그것이 사람의 운명이니까.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힘이 있다. 다른 생명에게 공감하는 능력도 있다. 그 능력, 그 힘으로 답을 찾아가야 한다. 다른 생명을 어떻게 대해야 옳은 것인지.
- About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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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경기도 여주의 나지막한 숲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자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작가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작품으로 《돼지 이야기》 《대추 한 알》 《강아지똥 별》 등이 있으며, 《대추 한 알》로 2015년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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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기획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