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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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어워드 4회 연속 본상 수상에 빛나는, 한국 SF의 자존심, 한국 SF의 최전선! 2005년 작가의 데뷔작 <별상>에서 2017년 수상작 <우주의 모든 유원지>까지, 특이점을 넘어선 미래 인류와 인공지능에 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들!
- Book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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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의 모든 유원지
2. 삼사라
3. 별상
4. 해부천사
5. 뇌수(腦樹)
6. 망령전쟁
7. 유일비
8. 유가폐점전자공학과를 졸업했지만,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두어 해를 빼면 전문직 개발자나 기술자로 살았던 기간은 없다. 과학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지만, 과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은 내게 아주 가까운 궤도에서, 나를 중심으로 늘 돌고 있다.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망원경에 비유할 수 있다면 내 망원경의 이름은 과학이다. 기술은 굳이 비유를 불러올 것도 없이 이제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가올 시대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누리고 미래로 가는 과정이 매끄럽고 평탄하기만 할까? 많은 이들이 도중에 벌어지는 갈등과 충돌을 걱정하고, 그때 벌어진 틈이 굳어버릴지 몰라 두려워한다. 어쩌면 죄를 물을 대상을 찾다가 과학과 기술이 원인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죄가 없지만, 세상을 과학적으로 해부하고 기술을 우위에 놓은 탓에 싸움이 벌어진 거라고.
그럼 무지에서 빚어진 외면과 배척은 누구 탓일까?
매년 열리는 한국과학문학공모전 입상자에게는 부상으로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어느 해에 감사하게도 수상자들과 함께 우주센터를 견학했고, 돌아오는 길에 소록도에 들렀다. 오래전부터 여행코스로 굳은 길을 따라 소록도 바닷가를 걷고, 한센병 환자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사진과 전시물과 실제 건물을 보면서 <삼사라>의 초안이 떠올랐다. 글 속 ‘주마병’이 한센병과 판박이인 건 그 때문이다.
글감이 생겼건만 여느 때와 달리 기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아픔을 품고 있는 이들을 너무 자주 외면한다. 쉽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망각이다. 그런다고 대상의 고통과 절망까지 사라질까? 그렇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동시대에는 이룰 수 없더라도 훗날 새 지식의 도움을 받아 재조명하고 세울 수 있는 것은 세워야 한다. 깨달음은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솟지 않는다. 각자 삶이 그렇듯, 인류라는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지성체라면 긴 세월을 거친 시행착오가 가장 좋은 교재가 될 터이다.
누군가는 선천적인 한계 때문에 어리석음이 영원히 우리 뒤를 따라다닐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처럼 한계를 냉큼 설정하던 이들은 세상의 원리를 발견했다면서 변명과 차별의 도구로 악용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성도 물려받았다. 외면하는 대신 긍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이성으로 한 번 더 깨달아야 하는 점일 것이다.
설사 그게 인류 전체의 다음 세대나 가능한 일이더라도, 그다음 세대가 조상과 완전히 다른 몸과 정신을 갖고 있더라도.
- About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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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SF 작가이자 번역가. 동국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2005년 <별상>으로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중편 부문에 당선되며 데뷔했다. 이후 꾸준히 수준 높은 중단편을 계속 발표하며 한국 SF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2016년 수상작들을 모은 소설집 《우리가 추방된 세계》를 펴냈고, 장편소설 《태왕사신기》가 있다.
옮긴 책으로 《이중 도시》, 《유리감옥》, 《영원의 끝》, 《뉴로맨서》 등 다수가 있다. 2014년 제1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2015년 제2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 2016년 제3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2017년 제4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으며, 4회 연속 본상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